#1. 공감이란
공감(empathy, 共感)이란 단어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공감과 동정 혹은 동감 등과 구별해야 한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을 말하며, 동정은 상대방의 감정을 나도 동일하게 인식하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공감과 동정 모두 감정의 변화가 있지만 공감이 좀 더 인지적인 측면과 함께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면, 동정은 좀 더 감정에 압도당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동정은 공감보다는 좀 더 상대방을 위해 적극 나서도록 작동하며, 동정의 중심에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이야기 만으로도 쉽게 상대방에게 동화된다. 하지만, 공감은 좀 더 상대방과 자신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에 압도되거나 동화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녀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공감하는 부모는 자녀의 고민에 대해 힘든 감정을 읽어주고 자녀가 스스로 이를 이겨낼 수 있도록 지지하는 반면, 동정하는 부모는 자녀의 감정에 동화되어 자신의 감정이 앞서 먼저 울음을 터뜨린다거나, 자녀를 보호하기에 급급해지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공감을 받은 자녀는 부모의 지지를 바탕으로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하려 하지만, 동정을 받은 자녀는 오히려 더 힘들어지거나 자신보다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당황하게 되어 회피하게 된다.
#2. 공감하는 부모
자녀가 좀 더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힘 있는 자녀가 되기를 바란다면, 부모는 자녀를 한 사람의 독립된 객체로서 바라봐 주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지시하고 가르치는 자로만 존재해서는 안된다. 물론, 양육자로서 부모는 자녀의 좋은 생활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또는 자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녀가 앞으로 이 사회의 일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적인 관계로서 잘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존재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한 사람의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일관적인 양육태도가 필요하며, 분명한 양육원칙을 가지고 자녀에게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한 부모는 자녀의 감정과 행동, 사고에 공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끔 상담실에 방문하는 부모들 중에 자신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에 와서 이야기하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물으면, '몰라'로 일관하기도 한다. 왜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야기하기를 원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자녀가 알아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이 생각한 것, 느낀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평가절하했거나, '그것은 네가 틀린 것이다'라고 비난을 하거나, '그랬구나' 한 후에 별 반응 없이 흘려 넘겨버렸을 것이다. 혹은 공감은 해 주었는데, '그런데 말이야~' 하면서 '그 친구 마음은 어땠을까?',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라고 하며 지지보다는 타인입장을 대변해 주는 대변자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자녀의 감정에 공감해 주는 부모는 타인의 대변자여서는 안 된다. 전적으로 내 자녀의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랬을 때 자녀는 전적으로 부모를 신뢰하게 되고, 부모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했을 때, 자녀에게 타인을 생각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친구와 말싸움을 하고 집에 와서 씩씩거리고 있다. 이때 부모는 무슨 일인지 묻게 된다. 아이는 친구와 다툰 일을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는 어떻게 공감해주어야 할까?
먼저 아이가 너무 화가 나 분이 풀리지 않는 마음에 대해 인정해 주어야 한다. 아이 입장에서 충분히 '그 일은 너에게 화가 날 만한 일이구나, 네가 지금 이렇게 화가 난 것도 너무 당연한 것 같아. 엄마라도(아빠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더 화가 날 수도 잇었을 것 같구나'라고 아이의 감정이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감정임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자칫 화가 난 감정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화날 일도 아니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자녀는 이후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거나 혹은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혼란감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준 다음에 꼭 무엇인가 교훈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관념을 부모는 버려야 한다.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부정당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공감받았다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무엇인가 알려주어야 한다면, 부모는 충분히 자녀의 감정을 인정해 준 다음, 자녀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하면 된다. '친구와 그렇게 다툰 일이 너에게 어떤 경험이 되었니?' '친구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서 어떤 말을 했으면 좋았을까?' '만약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넌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등등... 타인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좀 더 자신의 입장에서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을 열어주는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자녀는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다음에 다시 그런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좀 더 다른 방식의 대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떤 부모든 내 자녀가 사회적 관계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협력적 관계를 이루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무엇이 협력적 관계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자녀에게 좀 더 공감적으로 다가가며 자녀와의 신뢰감을 형성해야 한다.
내 자녀가 그렇게 한 것은 충분히 그럴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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