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판타지 사고
가끔 상담실에 방문하는 부모님들 중 아이가 가끔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고민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경험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경험한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가본 적이 없는 장소를 가봤다고 말을 하거나, 한 적이 없는 경험을 해봤다고 한다는 것이다. 꿈을 꾼 것과 현실을 착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욕구불만으로 그러는 것인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대체로 유, 아동기의 아이들에게 종종 볼 수 있는 이러한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이해해야 할까?
1. 판타지 사고의 특징
판타지 사고는 마치 사실적으로 경험되듯이 사고하게 되는 상상적인 사고로 대체로 만 3세 이후의 어린이들에게서 볼 수 있다. 판타지 사고는 대체로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구현되는 매우 비논리적인 사고를 말한다. 유아기의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 대체로 그 사고의 내용은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는 자기 위주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아동기에는 많이 줄어들지만, 유아기에는 특히 무생물이나 자연에 인간의 특성을 부여하여 상상을 하기도 하며, 초능력이나 마법과 같은 초월적인 힘이 부여되기도 한다. 또한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만화적인 상황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동기의 아이들은 좀 더 현실적인 판타지적 사고를 보이기도 하는데, 유아기보다는 초월적이거나 마법적인, 만화적인 스토리들은 좀 더 줄어드는 반면, 현실에서 있을 법한 상황들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2. 연령별 단계
1) 전운영적 단계: 2~7세
유아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현실과 상상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시기이다. 마법적이고 만화적인 상상이 많이 일어나며 그래서 마치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유아기의 인지발달 단계는 전조작적 단계로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물환론적 사고를 주로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유아의 인지발달의 특성이 아이의 상상력과 사고력에 영향을 주게 됨으로써 이러한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2) 구체적 단계: 7~11세
아동기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되지만, 상상력과 비논리적인 사고는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좀 더 현실적인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데, 예를 들면 가족들과 놀이동산에 놀러 갔다거나, 동물원에서 어떤 동물을 보았다던가 하는 등의 우리가 실제로 경험해 봤음직한 상상들을 이야기하게 된다. 때문에 이 시기의 많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가 헛소리를 한다고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3) 형식적 단계: 11세 이상
청소년기에 들어서게 되면 이제 더 이상 비논리적인 상상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기의 판타지 사고는 병리적인 해석이 필요할 수 있다. 만약 이 시기의 자녀가 판타지적인 사고를 보인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3. 판타지 사고를 하는 이유
1) 발달의 필요성
유, 아동기의 판타지적 사고는 인지발달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풍부한 상상력의 스토리는 아동의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아동은 판타지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아가기도 한다. 또한 판타지 사고를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공감을 경험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를 형성해 가기도 한다.
많은 유아들의 경우 만화나 게임속의 인물들을 따라 모방하기도 하고, 마치 자신의 그 인물이 된듯한 착각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험과 상상을 통해 아이들은 내적인 자아의 힘을 성장시키고 자신의 가치를 이루어나가기도 한다.
2) 심리적인 문제
아이들은 불안하거나 욕구가 해결되지 않거나,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었을 때도 판타지적인 사고를 경험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불만족하거나 혹은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아이는 이를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자기 방어 수단으로 이러한 판타지를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의 경우, 자신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무기력함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자신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상상 속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머무르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아이들은 현실과 판타지 간의 간극이 심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상당히 불안정한 정서상태를 보여주며, 때로는 거짓자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3) 인지발달의 문제
유, 아동기의 판타지 사고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때로는 인지발달 수준이 정상보다 지연되는 경우에도 심각한 판타지적인 사고를 보일 수 있다. 이는 아동이 인지적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함으로써 나타나는데,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을 마치 일어난 것처럼 이야기 하기도 하고, 판타지적인 상황을 진짜 현실로 인식하기도 한다.
4. 판타지 사고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
요즘은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상상력에 대해 존중을 하며, 이를 잘 길러주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유아기의 아이들이 보이는 판타지적인 사고들에 대해서 부모는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모습들은 종종 보게 된다. 유아기의 판타지적인 사고는 발달과정에서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부모는 이러한 아이의 판타지 사고를 잘 경청하고 지지해 주며, 이를 현실에서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동기의 판타지 사고에 대해서는 부모가 좀 더 세심하게 살펴줄 필요가 있다. 많은 아동기의 판타지 사고는 심리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아동기의 판타지 사고는 아동 내면의 불안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아의 상태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판타지적 사고의 내용에 잘 집중하고, 그 내용이 나타내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판타지 사고는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지만 현실과의 구분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유아기의 아이들은 자칫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모호한 모습을 나타내는데, 아이가 나타내는 판타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외현화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아이가 한 상상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하거나, 글로 써 보게 하여 그것이 상상 속의 이야기로서 현실세계에서 이를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이다.
심리적인 문제와 관련된 판타지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부모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아동의 미해결 된 문제들과 관련이 있으며, 자칫 이러한 심리적 문제와 관련된 판타지는 주변으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차적인 심리적인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부모나 주변에서 이를 거짓으로 치부하거나 비난을 하게 된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2023.06.02 - [우리 아이 왜 그럴까] - 유아기의 발달심리: 인지발달
2023.06.05 - [우리아이 왜 그럴까] - 아동기의 발달심리: 신체 및 운동발달, 인지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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