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두 얼굴: 소시오패스 이해하기

 

 

#1. 두 얼굴의 아이

 

상담실에 아이와 함께 처음 방문하는 부모님들 중, 담임교사로부터 상담권유를 받고 오는 경우 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학교에서의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거나 반신반의하면서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집에서는 누구보다도 부모와 잘 지내고 대화도 잘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며, 부모에게 걱정 한 번 안 끼치는 아이인데, 담임교사로부터 아이가 친구들과 갈등이 잦거나, 잘 사귀지 못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여 걱정이 된다는 말을 듣게 되면, 정말 우리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가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심리검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우리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정에서와 학교에서, 또는 가정 외의 다른 조직이나 환경에서 전혀 다른 모습들을 나타내는 두 얼굴의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가정과 가정 이외의 환경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자신이 보는 자녀와 타인이 보는 자녀에 차이가 생기면, 일단은 자신이 보는 자녀를 믿을 수밖에 없다. 부모가 내 아이를 가장 잘 알기에 부모가 보는 아이의 모습이 거의 맞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생활에서 심한 스트레스나 불안, 긴장감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 중에는 집에서는 괜찮은데, 스트레스 현장인 학교만 가면 예민해지는 탓에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경우, 교사가 보는 아이와 부모가 보는 아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는, 집에서는 말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는 아이인데, 학교만 가면 말도 없어지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아이가 수줍음이 많은 아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에도 부모가 아는 아이와 교사가 아는 아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들은 아이가 경험하는 심리적인 어려움들로 인해 발생하는 부적응 행동 들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모습도 알고 있는 부모가 좀 더 아이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 앞에서 오히려 가면을 쓰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오히려 학교나 외부에서의 모습이 더 진짜 본인의 모습인 경우가 많다. 대체로 부모 앞에서 가면을 쓰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다소 엄하거나, 또는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엄숙하고 무거운 경우일 수 있으며, 부모가 자녀에게 도덕적인 규칙이나 가치를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에도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 도덕적인 가면을 쓰게 된다. 오히려 외부에서 덜 억눌리다 보니 더 진짜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게 되며, 정작 부모 앞에서는 진짜 자신을 억누르고 부모가 원하는 가면을 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전혀 억압적이거나 권위적이거나 도덕적인 가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면을 쓰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우리는 그들을 소시오 패스 혹은 사이코 패스 등 인격장애가 있지는 않은가 의심하게 된다.

 

#2. 소시오 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진단명으로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혼동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이코패스는 대체로 선천적인 경우가 많으며, 소시오패스의 경우에는 환경의 영향이 더 높게 나타난다. 사이코패스는 애초에 감정 지각이 결여되어 있어 감정반응이 거의 없지만, 소시오패스는 좀 더 충동적이고 감정에 대한 표현도 더 많은 편이다.

 

소시오패스(Sociopath)는 정식 진단명으로 분류되는 규정된 명칭은 아니며, 따라서 병원에서 진단을 내리는 병명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차원에서의 문제를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통용되는 명칭이기도 하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에서 김다미가 분했던 조이서가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등장하는데,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1) 원인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지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가정환경의 문제를 많이 이야기한다. 대체로 부모가 냉담하고, 자녀와 상호작용이 많지 않은 경우, 아동학대, 방임 등의 경험이 자녀의 유전적인 결함(전두엽과 측두엽 발달의 문제)과 결합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기질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낮거나 감정지각이 둔한 편인 아이가 불우하고 안전하지 않은 양육환경 경험을 가지게 되면 이러한 소시오패스 성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 특징

• 과거의 불행한 경험을 연상시키는 상황에서는 감정통제가 어렵고, 격렬한 분노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 자기의 불행에 대해 충동적으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는 공격성을 나타낼 수 있다.
• 감정지각이 어려워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중독에 취약하다.
• 양심의 결여: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와 달리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으로 환경적인 영향에 의해 도덕적 양심이 결여되어 있다.
•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개의치 않는다.
• 타인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 의외로 주변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는데, 이 때는 대체로 자신에게 별 손해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수 있다.
•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도덕적인 가면을 쓸 수 있다.
•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
•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보다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 자극을 추구하다 보니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 계획성이 부족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생활이 불안정할 수 있다.
•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하거나, 타인을 조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관계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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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방과 대처방법

 

소시오패스는 환경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둘러싼 환경에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내 아이가 혹시 소시오패스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면, 소시오패스의 대표적인 원인이었던 부모의 양육태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이다. 부모가 좀 더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늘리고, 아이와 따뜻한 정서를 교류할 수 있다면, 아이는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혹시 내가 자녀에게 냉담하지는 않은지, 아이와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미리미리 점검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시오패스 성향이 아닌가 의심되는 모습들이 나타나는 시기는 대체로 아동기 후기나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기나 아동기 초기에는 이러한 아이의 증상들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모가 볼 때, 아이가 타인에 대해 잘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감정표현이 현저하게 적으며, 표정변화가 별로 없다거나, 자신의 이익을 매우 우선시하는 아이라면 부모는 어릴 때부터 좀 더 감정적인 교류를 늘리고, 아이와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가지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소시오패스의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행동을 교정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좀 더 사회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4. 마무리

 

지금까지 소시오패스를 중심으로 한 아이의 두 얼굴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척 가면을 쓸 수 있다. 왜냐하면, 그랬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집에서는 전혀 말지 못했지만, 주변으로부터, 교사로부터, 아이의 문제점들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된다면,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은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두 개의 얼굴을 가지는 경우는 비단 성격장애의 문제뿐 만은 아니다. 위에서도 잠깐 열거하였지만, 아이의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도 집에서와 학교나 학원 등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 혹시 내 아이가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평소 부모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조기에 발견해서 좀 더 빨리 아이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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