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품행장애의 이해
품행장애(Conduct disorder, CD)는 적대적 반항장애와 함께 아동,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품행과 관련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장애이다. 아동기 후기와 청소년기에 여러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정신과에 의뢰되는 경우 40% 정도가 품행장애로 진단을 받을 정도로 흔한 장애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비율이 높은 이유는 품행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 및 청소년들의 문제가 주변에 상당한 파괴적인 영향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의뢰되는 비율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품행장애는 매우 위협적이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장애이기도 하다.
최근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러웠었는데, 자신의 분노를 강력한 폭력으로 행사하는 모습이 바로 품행장애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DSM-5에서 품행장애는 간헐적 폭발장애와 병적 방화, 병적 도박, 파괴적, 충동조절 및 품행장애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이 범주에 속해있는 장애들은 대부분 정서와 행동에 대한 자기 조절력에 문제가 있다. 특히 적대적 반항장애와 함께 품행장애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 및 재산을 파괴하는 등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회적인 규준이나 권위적인 인물과 심각한 갈등에 처하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APA, 2013).
<품행장애에 대한 DSM-5 진단기준>
A.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의 기본 권리나 연령에 적합한 중요한 사회적 규준이나 규칙을 어기는 행동이 나타난다. 지난 12개월 동안 아래의 범주의 해당하는 15가지 기준 가운데에서 적어도 세 가지가 나타나야 하고, 이 가운데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지난 6개월 동안 나타나야 한다.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성
1. 자주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협박하거나 위협한다.
2. 자주 신체적 싸움을 시작한다.
3.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신체적 해를 입힐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한다(예: 몽둥이, 벽돌, 깨진 병, 칼, 총).
4,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으로 잔인하게 대한다.
5. 동물에게 신체적으로 잔인하게 대한다.
6. 피해자와 대면상태에서 훔친다(예: 노상강도, 소매치기, 강탈하기, 무장강도).
7. 다른 사람에게 성적 활동을 강요한다.
재산파괴
8. 심각한 손해를 입히려는 의도를 가지고 고의로 불을 지른다.
9. 다른 사람의 재산을 고의로 파괴한다(방화 제외).
사기 또는 절도
10. 다른 사람의 집, 건물이나 자동차에 침입한다.
11. 자주 물건이나 환심을 얻기 위해서 또는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즉, 다른 사람을 '속인다').
12. 피해자와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귀중품을 훔친다(예: 부수거나 침입하지 않은 채 가게 물건 훔치기, 문서위조).
심각한 규칙위반
13. 자주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12세 이전부터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14. 부모나 부모 대리자의 집에 살고 있는 동안 적어도 2번 이상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한 번 이상 장기 가출을 한다.
15. 13세 이전부터 자주 학교에 무단결석을 한다.
B. 행동장애가 사회적, 학업적, 또는 직업적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C. 연령이 18세 이상이면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
다음 중 하나를 명시할 것
- 312.81(F91.1) 아동기 발병 유형: 10세 이전에 품행장애의 특징적인 증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보인다.
- 312.82(F91.2) 청소년기 발병 유형: 10세 이전에 품행장애의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 312.89(F91.9) 명시되지 않은 발병: 품행장애 진단기준을 충족하지만 첫 증상이 10세 이전 또는 이후에 일어났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다음의 경우 명시할 것
제한된 친사회적 정서: 이 명시자를 진단하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특징이 적어도 12개월 동안 여러 관계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런 특징이 이 기간 동안 개인이 보이는 대인관계 및 정서적 기능의 전형적 형태이며 어떤 상황에서 가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따라서 명시자를 평가하기 위해서 여러 정보출처가 필요하다. 개인의 자기 보고뿐 아니라 개인을 상당히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보고도 고려해야 한다(예: 부모, 교사, 동료, 확대가족구성원, 또래).
- 후회나 죄책감의 결여: 잘못을 저질렀을 때 나쁜 기분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붙잡히거나 처벌에 직면했을 때에만 표현하는 후회는 포함되지 않음). 일반적으로 자신의 행동의 부정적 결과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자책하지 않거나 규칙을 위반하고도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 냉담-공감 결여: 다른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차갑고 무정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어도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보다는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걱정한다.
- 수행에 대한 무관심: 학교, 직장, 또는 가른 중요한 활동에 있어서 저조한/문제 있는 수행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목표가 분명할 때에도 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며, 자신의 저조한 수행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 피상적이거나 결여된 정서: 깊이가 없고, 진지하지 않거나, 피상적인 방식 이외에는 자신의 기분이나 정서를 표현하지 않는다(예: 행동과 표현된 정서가 상반된다. 정서를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다). 또는 무엇을 얻기 위해서만 정서를 표현한다(예: 다른 사람을 조정하거나 위협하기 위해 정서를 표현한다).
현재의 심각도를 명시할 것
- 경도: 진단에 필요한 수준보다 품행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그 수가 적고, 품행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비교적 적은 피해를 주는 경우이다(예: 거짓말하기, 무단결석, 허락 없이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 기타 규칙위반).
- 중등도: 품행문제의 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영향이 '경도'와 '고도'에 명시된 기준의 중간에 해당하는 경우이다(예: 피해자와 대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건 훔치기, 공공기물파손).
- 고도: 품행문제 진단에 필요한 수준보다 많거나, 품행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이다(예: 성적 강요, 신체적 잔인함, 무기사용, 피해자와 대면한 상태에서 물건 훔치기, 파괴와 침입).
( 출처: '아동·청소년 정신병리학 제3판'(2017), E. J. Mash 외, 시그마프레스)
최근 연구에서는 품행장애를 아동기 발병과 청소년기의 발병에 따라 그 아형을 분류하고 있으며, 아동기에 발병한 경우, 냉담-무정서 특성을 가진 집단과 충동적인 문제를 가진 집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동기 발병 품행장애는 청소년기 발병일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냉담-무정서 특성을 나타내는데, 냉담-무정서 특징을 가진 품행장애 아동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더 높은 주도적인 공격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정서적 반응이 피상적이고, 보기에 훨씬 더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품행장애는 ADHD와 같이 발병하는 비율이 높으며, 적대적 반항장애(ODD)가 품행장애의 전조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Burke, Waldman, & Lahey, 2010; Moffitt et al., 2008). 많은 아동기에 품행장애가 발병한 아동의 경우, 적대적 반항장애가 먼저 나타나고, 점점 약한 품행장애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그 증상이 점점 심화되면서 품행문제가 악화된다. 그리고 이 증상이 더 악화 되게 되면 성인기에 다다라서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아동기에 발병한 경우와 청소년기에 발병한 경우의 증상의 변화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데, 아동기에 발병한 경우가 훨씬 더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Odgers et al., 2007).
#2. 품행장애의 요인
품행장애 유발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이를 분류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유전적 요인, 신경화학적 요인(낮은 세로토닌 수준) 및 자율신경계(낮은 심박수)의 불규칙성, 신경인지적 결손(집행기능의 손상), 사회적 정보처리의 결손(인지적 편향), 기질적 취약성(정서조절의 결함), 성격적 소인(충동성), 그리고 환경적 위험요인과 태내요인(유독물질에 대한 노출), 초기 경험의 특징(양육환경의 낮은 질), 가족변인(비효율적 훈육, 애착 문제), 또래변인(문제성 있는 또래와의 접촉), 이웃의 특징(폭력에 많이 노출되는 것) 등이다.
1) 성향적 위험요인
유전적 요인과 정서/기질적인 요인에 대해 살펴보면, 쌍생아 연구를 통해 유전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냉담하고 무정서적인 품행장애의 경우 동일한 유전적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Rijsdijk et al., 2010). 정서조절 요인은 다른 요인들보다도 품행문제를 유발하는 것에 대해 중요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는데, 아동기 발명 품행문제가 청소년기 발병보다 정서조절문제에 더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Moffitt et al., 1996).
냉담-무정서 특성이 낮은 아동의 경우, 상대방의 고통에 대해 반응적이지만, 냉담-무정서 특성이 높은 아동은 부정적 정서자극의 처리에 결손을 보인다. 다른 사람이 나타내는 공포와 고통에 대해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감소되고, 두려움과 슬픔을 나타내는 얼굴표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 인지적 결손
품행장애 아동과 청소년은 실행기능에 인지적 결손이 있고 언어적 지능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냉담-무정서 특성의 여부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달라지는데, 냉담-무정서 특성이 없는 아동은 냉담-무정서 특성이 있는 아동에 비해 언어적 지능이 더 심각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며, 냉담-무정서 특성이 높은 아동과 청소년은 자신의 공격적 행동에서 더 큰 도구적 이득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격성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사회적 갈등에서 지배와 복수의 중요하다고 여겨 사회적 상황에서 좀 더 왜곡된 가치관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
품행장애와 냉담-무정서 특성을 보이는 아동의 대표적인 인지적 특징은 이전에 강화와 처벌을 받았던 대상과 행동의 가치에 대한 정서적 학습에서 드러난다. 즉, 이전에 강화를 받았지만 강화 유관성이 변화되어 이제는 처벌을 받게 되는 반응을 중지해야 하는 과제에서 학습을 잘하지 못하였다. 다시 말해, 강화유관성이 변화되어서 이전에 자극과 연합되었던 반응을 역전시켜야 하는 역전학습을 잘 못했다. 이는 품행장애 아동과 청소년이 보상과 처벌을 모두 포함하는 역전학습과제에 어려움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전학습과제에서는 새로운 정확한 반응의 가치를 표상해야만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정확한 반응의 가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안와전두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품행장애 및 냉담-무정서 특성을 가진 아동, 청소년의 안와전두피질은 이러한 강화정보를 적절하게 표상하지 못할 수 있다(Finger et al., 2008).
품행장애 아동, 청소년은 도덕적 사회화에 중요한 사회적 단서에 반응하지 못하고,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학습을 못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사회화되는 것이 어렵다. 그로 인해 도덕적 판단을 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희생자의 고통의 부정적인 결과를 인지적으로 표상하지 못하게 됨으로 인해 이에 대해 자신이 잘못을 인식하고 용서를 구한다거나 죄를 시인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3) 환경적 위험 요인
품행장애의 환경적인 위험요인들로는 태내 및 초기 아동기 요인과 가족요인, 또래관계, 이웃을 들 수 있다. 태내기에 산모가 음주나 흡연, 강력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거나, 바이러스에 감염, 영약부족 등을 경험하게 되면 이는 태내의 아기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위험요소로 인해 정서적인 문제가 유발될 수 있으며, 이는 품행문제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낮은 사회적 계층과 부모의 갈등 및 별거 혹은 이혼, 부모 중 한 명의 우울증상 등 가족 관련 요인도 상당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가족 내의 높은 스트레스와 갈등이 품행문제의 중요한 유발요인임을 보고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인 계층과도 연관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부모의 비일관적인 양육태도와 역기능적 방식의 의사소통 구조, 방임적인 양육태도,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양육태도 등이 품행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품행장애를 가진 아동들 대다수는 또래관계에서 상당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또래거부와 반사회적 일탈을 벌이는 또래들과의 어울림이다. 품행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면, 또래집단에서 그 아동을 회피하게 되는 비율이 높아지게 되므로 집단으로부터 거부되는 일이 발생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학교 등의 소소된 집단으로부터 이탈되게 되며, 자신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집단과 어울리게 되는데, 흔히 말하는 비행을 일삼는 집단으로 소속되게 되는 것이다.
환경적 위험 요인 중 하나가 이웃의 문제인데, 위험한 동네에 살고 있는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더 많이 품행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즉,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3. 품행장애의 대처방안
품행장애를 가진 아동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보호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품행장애 아동의 중요한 보호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안정적이고 지지적인 양육환경이다. 자녀가 아무리 심각한 품행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할지라도, 이 문제행동에 대해 거부적이고 비난, 억압적인 반응이 아니라, 긍정적인 양육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Masten(1999) 등의 연구에 의하면, 외부적인 사회지지체계(좋은 학교), 긍정적인 기질적 특성(잘 발달된 인지적 및 사회정서적 기술), 좋은 가정환경(부모나 다른 성인과의 좋은 관계)이 품행장애 아동, 청소년에게 중요한 보호요인 및 적응유연성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에 집중하고 따뜻하고 깊이 있는 관여를 통해 자녀의 문제를 점점 완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품행장애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치료개입으로 대표되는 것은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인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품행장애의 경우 자신의 정서조절의 어려움, 충동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에 대한 약물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인지적인 위험요인 및 정서적인 공감능력 문제에 대해 심리상담을 통한 심리치료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품행장애를 가진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의 경우 상당한 스트레스와 갈등에 노출되어 있어, 부모 역시 상당한 우울감과 불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녀에게 적절하지 못한 반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이 함께 가족치료를 통해 올바른 의사소통의 기회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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