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춘기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상담실에 찾아왔을 때, 혹시 우리 아이가 사춘기가 아닌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아이가 방에 혼자 있으려 하고, 자주 짜증을 내며, 말대꾸를 하기도 한다며, 이것이 사춘기의 증상과 같은 것 같다고 말한다. 증상만 보면, 전형적인 사춘기의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4, 5학년인데 사춘기가 온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부모에게 사춘기의 증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준다. 오히려 이 증상은 우울감이나 불안이 높을 때 보이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춘기(Puberty)"는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생식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를 말한다. 이때 성적 호르몬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정서적인 변화도 겪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매우 다이내믹하게 나타나다 보니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상당한 정서적 혼란을 겪게 되고 그래서 매우 예민한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대체로 사춘기는 청소년기에 들어가면서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성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영양과다로 인한 성조숙증으로 일찍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발달단계에서 사춘기를 너무 빨리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상당히 정서적인 문제가 유발되기 쉽다.
사춘기에 아이들은 감정을 담당하고 있는 편도체의 조절이 힘들어지게 되면서,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남학생은 남성호르몬이 여학생보다 10배 이상 더 많이 나오게 되면서 충동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부족해진다. 그래서 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며, 여학생은 타인을 헐뜯거나 언어적인 공격을 하고,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어서 빈번한 감정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타인의 표정을 해석하는데 다소 부정확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어 타인 공감에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사춘기의 대표 증상
사춘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발달단계에서 유아기의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데, 이때의 자기 중심성과 사춘기의 자기 중심성은 결이 다르다. 유아의 자기 중심성은 아직 타인조망인식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을 자기를 중심으로 해서 바라보는 것이지만, 사춘기의 자기 중심성은 타인조망이 됨에도 불구하고 타인보다는 자신을 좀 더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모두 '상상 속의 청중들'을 가지고 있다. 마치 자신이 무대에 오른 연극배우처럼 느껴지고 관중들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되며, 영향을 받게 된다.
사춘기의 또 다른 증상은 한편으로는 간섭을 싫어하며, 독립적인 경향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가적인 특징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상당한 정서적인 혼란과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가 조금 신경 써서 이야기하면, 잔소리라고 듣기 싫어하다가도 부모가 조금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으면, 불안해하고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관심과 인정욕구가 많다 보니, 또래관계에서도 좀 더 자신을 과시하려 하거나 주장하려 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여, 이것이 또래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타인에 대한 의식인 많다 보니 외모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거울을 자주 보게 되며, 패션용품이나 브랜드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나타내게 된다.
사춘기의 또 다른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변덕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정서적인 혼란과 조절이 잘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성적변화가 일어나면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는 편도체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편도체는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로서 호르몬이 편도체를 강타하게 되면서 편도체가 잘 조절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청소년기는 조절을 담당한 전두엽이 아직은 성인 수준의 조절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만큼은 덜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급속히 발달한 정서적인 부분을 전두엽이 조절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3. 사춘기 자녀에게 대처하기
상담실을 찾은 부모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가 곧 사춘기가 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워낙 최근 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의 문제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보니, 혹시 우리 아이가 심하게 사춘기를 경험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초등 고학년 자녀를 두고 이런 걱정을 하는 부모에게는 미리 아이와 함께 사춘기를 준비해 보라고 권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춘기를 경험하며, 부모 자신도 그 시기를 겪었었기에 사춘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단계이다. 중요한 것은 그 사춘기 시기를 얼마나 현명하고 슬기롭게 잘 보내느냐일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이미 경험했던 사춘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녀가 앞으로 경험할 사춘기를 미리 대비하게 한다. 아이도 자신이 앞으로 겪을 사춘기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고, 예측해 보며,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가끔 상담할 때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사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는 어떤 모습으로 사춘기를 보낼 것 같은 지 물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사춘기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어떤 아이들은 형이나 누나, 언니, 주변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통해 나름대로 사춘기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자기는 어떤 모습일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이런 부분들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과 생각을 미리 준비해 본다면, 앞으로 겪게 될 사춘기 시기를 좀 더 슬기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 시기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매우 어정쩡한 시기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아직 어려서 그렇다"라는 말을 듣다가도, 어떤 경우에는 "너는 다 큰 애가 왜 그러니?"라는 비난을 듣기도 한다. 이때 아이는 내가 어리다는 것인지, 다 컸다는 것인지, 도대체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혼란감이 생긴다. 따라서 부모는 청소년기라는 발달단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아이의 소속을 분명히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동기보다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이지만, 아직은 뇌가 성인만큼 발달한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마치 성인 대하듯이 해서는 안되며, 충분히 그 나이에 맞게 대해주어야 한다.
또한 좀 더 성숙한 뇌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며, 부모와 충분한 대화와 상호작용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사춘기니까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 생각하고 아예 대화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춘기의 아이들은 관심이 싫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관심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충분히 따뜻한 대화와 상호작용은 아이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잔소리처럼 들릴만한 지시적이고 비난이 있는 대화는 안 하는 니만 못하다. 청소년기의 자녀와의 대화에서는 부모의 말보다는 자녀의 말을 더 많이 들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자녀가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면, 충분히 그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자녀가 사춘기를 심하게 겪음으로 인해 부모와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면, 이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부모도 경험해 본 시기이지만 이 사춘기는 언젠가는 끝나게 된다. 하지만, 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사춘기 시기에 부모와의 관계가 잘못 형성되면, 이 관계는 평생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에는 정서적인 혼란감과 함께 사고적인 문제도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자칫 상처를 받게 된다면, 그 상처가 상당한 트라우마로 남기 쉽고, 상당히 오랫동안 그 상처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만한 언어적인 공격은 삼가는 것이 좋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인지사고가 발달하게 되고 좀 더 통합적인 사고가 가능하게 되면서 부모의 모습에서의 불합리한 부분들을 더 많이 발견하고 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아버지나 어머니의 말과 행동의 다른 부분들에 대해 더 많이 실망하고 부모를 존중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부모는 청소년기의 자녀 앞에서 더더욱 좋은 모델링이 되어주어야 한다. 또한 아이가 부모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지적을 할 때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부모도 사람인지라 충분히 불합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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