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지 못하는 아이
"빨리! 빨리!"를 외치는 아이, 얼른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아이, 엄마가 기다리라는 말을 참지 못하고 그 새 손이 나가는 아이 등등, 자녀들이 참지 못하고 문제행동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동의 참을성을 그 아이의 성격과 연관 지어 말한다. 참을성이 없으면 '성격이 급하다'라고 하거나, '집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참을성이 있는 아이에 대해서는 '차분하다', '신중하다', '조절력이 있다' 등 좋은 의미의 단어들로 그 성격을 표현한다.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부모를 집요하게 재촉하기도 하고, 섣부른 행동으로 실수가 빈번하기도 하며, 자신의 욕구표현에 적극적이라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부모와 자주 갈등을 일으키게 되며, 부모의 양육스트레스를 매우 증가시키기도 한다.
#2. 참을성이 부족한 이유와 대처방법
아이들이 참을성이 부족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그 아이의 기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매우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자신의 욕구에 대한 기준이 높고, 성취에 대한 욕구가 높다 보니 이것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분노감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예민함으로 인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신경질적인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나게 됨으로써 아이는 그 불편한 감정을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기질적으로 호기심이 왕성하고 위험에 대한 회피 수준이 낮다 보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욕구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되므로 조심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한 모습이 자칫 참을성이 부족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또한 성격이 급하고 충동적인 성향이 높기 때문에 조급함이 더 빨리 형성되게 됨으로써 참을성이 부족해 보인다.
생물학적인 기질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까다롭고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은 신생아기와 영아기에 민감한 반응들을 자주 나타내게 되는데, 이때 초보 양육자들은 그런 아이의 까다로움에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아이의 격렬한 예민 반응이 부모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조심스러움은 오히려 아이의 민감한 반응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는 반대로 아이의 예민한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더 강하기 압박하고 자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아이는 이러한 부모의 반응을 공격으로 인식하게 되고 세상에 대한 불신감을 경험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까칠한 성향을 형성하게 만든다.
아이가 참을성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모가 그 참을성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영아라 할지라도 부모가 적절히 반응하며 참을 경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예민한 반응에 많은 부모들은 정작 자신들이 그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굴복하게 된다.
자녀와 저녁에 피자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한 부모는 급한 처리할 일이 생겨 자녀와의 피자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는 울고 떼를 쓰며 당장 피자를 먹으러 가야 한다고 소리를 친다. 엄마는 어쨌든 약속을 어긴 것이 미안하여 아이를 여러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거나 내일 꼭 먹으러 가자고 어르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 아이는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위의 사례에서 부모는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부모는 자녀에게 결국 굴복하고 자녀가 원하는 대로 피자를 먹으러 가거나, 어떤 부모는 결국 아이를 어르다가 급기야 화를 내고 혼을 내서 일단락하기도 한다. 과연 두 부모의 모습은 아이의 참을성을 훈육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첫 번째 부모는 아이의 떼씀과 강력한 요구에 굴복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은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요구를 허용해 주는 것이 아니라 굴복하게 된 것이다. 이 차이를 알아야 한다. 허용은 부모가 우위에 있지만, 굴복은 자녀가 우위에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아이는 떼를 쓰고 집요하게 자신이 요구하면 결국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준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점차 강화될 것이다. 만약, 결국 자녀의 바람대로 피자를 먹으러 갈 것이었다면 애초에 아이와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이 그냥 약속대로 행하는 것이 낫다. 그럼 아이에게 부모는 약속을 지키는 부모라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부모는 자녀의 욕구를 절대 허용해주지 않는 결론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다독이며, 내일 먹으러 가자거나 혹은 다른 요구를 들어주겠다며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이에 응하지 않고 계속 떼를 쓰게 되면, 부모는 결국 화가 나게 되고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부라리며 엄포를 놓게 되고, 아이는 결국 부모의 화에 굴복하고 조용해진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자신들의 말을 들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는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고 수용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부모가 무섭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멈췄을 뿐이다. 행동은 멈췄지만, 머릿속에서는 부모는 거짓말쟁이라고 되뇌고 있을 것이며, 가슴속에서는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이것은 해결이 아니며 자녀의 참을성을 기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이는 이후 부모의 약속을 불신하게 될 것이며, 더 이상 부모와 어떤 소통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녀의 참을성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부모는 아이가 표현하는 불편한 감정들에 대해서 부모 자체가 참을성이 있어야 하며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참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그것이 매우 아이에게 부적절하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부모는 아이가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한참 병 안에 든 과자가 궁금하여 뚜껑을 열고자 하는 유아가 있다고 한다면, 처음에 아이는 열고 싶은 병뚜껑이 서투름으로 인해 잘 열리지 않는다면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때 부모가 참지 못하고 '엄마가 열어줄게'라고 하며 대신 병뚜껑을 열어서 과자를 준다면, 아이는 이제 자신이 스스로 과자를 먹기 위해 노력하여 병을 열 필요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몇 번 짜증을 내면 엄마가 얼른 와서 열어주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참을성을 가르치려면 아이 스스로가 병의 뚜껑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비록 아이가 짜증을 낸다 할지라도 부모는 아이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알려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이 스스로 뚜껑을 열게 된다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되고 긍정적인 자기 개념을 형성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려준 부모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고, 참고 노력하면 해결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앞선 사례에서 피자를 당장 먹으러 가자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부모는 일단 약속을 어긴 것으로 인해 아이가 느꼈을 실망감과 속상함에 대해서는 충분한 감정적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에게 아무리 떼를 쓴다고 해도 오늘은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음에 대해 분명히 말해준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려준다. 아이가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점점 강도 높은 몸부림을 칠지라도 부모는 절대 거기에 동요되지 않고 그 행위가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 추슬러지고 행동이 멈추고 나면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잘 이겨낸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적절한 보상을 제시해 주어서 아이가 자신이 참음으로 인해 좋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학습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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