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교 부적응의 원인
학교부적응의 원인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을 하게 된다. 앞선 포스팅에서 아동의 취약한 정서적인 문제에서의 원인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학업성취와 관련된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 부적응이란 학교생활에 적응적이지 못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학교 내에서 또래관계를 원활하게 형성하지 못하고, 학습성취에서도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원인 제1순위로 꼽게 되는 이유가 바로 학업 스트레스인데, 왜냐하면 학교에서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 바로 학습성취이기 때문이다.
2023.09.23 - [우리 아이 왜 그럴까] - 학교 부적응의 원인: 좌절에 취약한 아이들
아동이 학교에 입학하고 초기에 그동안 유치원에서 배우던 것과는 다른, 좀 더 단계가 어려워진 학습과정을 경험하게 되고, 숙제라는 것을 하게 되며, 갑자기 엄마의 손에 이끌리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공부라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아이들은 "성취감"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경험하게 되는데, 학습과 관련된 좋은 성취감을 경험한 친구들은 자신에 대해 신뢰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한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Erikson은 '근면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은 성취감을 경험하지 못했을 때 부모나 교사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경험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신뢰감 형성과 더불어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열등감'과 관련이 있게 된다.
#2. 근면성과 열등감
Erikson은 8단계의 발달과정에서 아동기의 주요 성취 과업으로 '근면성 대 열등감'을 설명하고 있다. 아동이 학교에 입학하고 여러 성취해야 할 도전과제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비단 학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또래관계나 취미활동 등 여러 분야에 해당이 된다. 아이들이 이 시기에 여러 도전들을 경험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좋은 결과를 성취하게 되면 이는 아동의 긍정적인 성장에 영향을 받게 되고, 아이는 더 잘하고자 하는 성취동기를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아이의 '근면성'을 형성하게 한다.
'근면성'이란 부지런하고 성실함을 의미하는데, 아동이 자신의 과업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이는 다시 새로운 과업에 영향을 주어 지속적으로 좋은 성취를 위해 노력하게끔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근면성'을 성취한 아동은 실패경험이 있을지라도 노력하면 다시 잘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등감'을 형성한 아이는 그렇지 못한다. '열등감'은 자신에 대한 가치를 타인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하고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잦은 실패경험으로 인해 무슨 일에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고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교생활에서 가장 큰 학교 부적응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열등감"인 것이다.
#3. 열등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아동기의 열등감은 잦은 실패감과 관련이 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낯선 교실 환경과 선생님,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긴장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정서적으로 다소 취약한 친구들은 높은 긴장감과 불안으로 인해 위축되기 쉽고, 이러한 위축감은 학교생활에서 다소 회피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취약한 모습으로 인해 이러한 친구들은 또래 관계에서 불편감을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주변 친구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경험하기 쉽다. 또한 학교 수업 내용에 잘 따라가지 못하거나, 주변 친구들보다 자신이 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면, 아이는 더더욱 위축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학습에 스트레스를 미리 주지 않으려고 유치원 때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어요.
오래전 상담 현장에서 만났던 1학년 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 그 친구는 1학년이었는데 글자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입학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상담과정에서도 글씨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거부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그때 보호자에게 아이에게 글자를 미리 가르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엄마의 대답이 바로 '미리 공부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차피 학교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글자를 배울 것이기 때문에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미리 강요하고 싶지 않았었다고 하였다. 아이에게 미리부터 공부를 강요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아이들도 있다. 바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 1학년 친구는 상당히 좋은 인지 수준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소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학교를 입학하고 옆 친구들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또박또박 필기도 잘하고 받아쓰기도 잘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한 충격과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다른 애들보다 못한 자신을 만나게 되는 일이 아이에게는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이러한 좌절감이 바로 열등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열등감의 이면에는 바로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꾸 경험하게 되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는 자포자기하게 되고 자신은 뭘 해도 안 되는 아이로 스스로 라벨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제시하게 되면 이 경험은 더더욱 아이의 열등감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열등감의 주된 요인은 바로 잦은 실패감과 주변의 부정적인 피드백이다. 친구관계에서 좌절감을 경험하게 되고, 학습에서 좋은 성과를 잘 내지 못하고, 잘하지 못하는 어설픈 자신을 경험하는 것이 주요한 열등감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4. 열등감을 안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심리학자인 Adler는 '열등감'이 인간의 발전에 주요한 동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몰락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열등감이 아이에게 있어서 계속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열등감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와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열등감을 경험하고 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먼저 부모는 열등감이 보편적인 감정임을 인식하고 이를 자녀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누구나 좌절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주변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바라고, 그렇지 못할 것 같을 때 불안해지고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비난하거나 아이로 하여금 죄책감을 형성하게 해서는 안된다. 잘 못하거나 실수한 것에 대해서 아이가 인식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가 좋은 모델링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부모부터 자신들의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인정하고 표현하며,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누구나 잘하는 것이 다 다르고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대체로 열등감이 높은 친구들은 당위적인 사고를 많이 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반드시 ~해야 한다.', '절대~해서는 안된다', '~는 ~여야만 한다.' 등 절대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당위적인 사고는 성장과정에서 아이가 어떤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서 형성하게 되는 일종의 패턴과도 같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것에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평가를 내리게 되고 판단하게 된다. 시험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거나, 친구에게 좋은 말을 듣지 못하면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던가 등등 스스로에 대해 부족한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늘 좋은 평가만을 받는 것이 아니며, 경우에 따라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임을 인식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부모는 무엇보다도 아이가 실패나 좌절경험을 했을 때, 그것에 대해 아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 부모가 지양해야 하는 것은 바로 비난이다. 안 그래도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의 비난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또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도 안된다. 그 다른 사람은 그냥 다른 한 사람일 뿐이다.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상태에 집중하고, 아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열등감을 경험하는 지금이 바로 성장의 기회임을 알고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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