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교 부적응이란?
학교부적응이란 전반적으로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가 심하며,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유아기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생활에 별 문제가 없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또래와 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집단활동을 어려워하며, 학교가 기를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힘들어할 때,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혹시 학업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가? 혹은 공부가 어려운가? 하며 학습과 관련된 원인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학습과 관련된 원인도 중요한 학교부적응의 원인이 되지만, 최근 1학년 아동들의 학교 부적응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취약한 좌절경험이다.
#2. 좌절에 취약한 아이
상담실에 종종 학교 부적응 문제로 방문하는 초등 저학년 아동들을 만나다 보면, 가정에서는 정말 사랑받고, 부모 모두 아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집 안에서는 별 문제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독 학교에만 가면 또래와 자주 갈등을 겪거나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잘 집중하지 못하며 교실에서의 생활을 불편해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들은 전혀 이러한 문제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다가 담임교사와의 상담기간에 교사로부터 아이가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생활을 힘들어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부모는 충격을 받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 아이는 집에서는 정말 잘하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무엇이 문제인가요?
일부 부모는 이 원인을 학교에서 찾거나, 또래 중 문제가 있는 아이에게서 찾거나 혹은 교사의 교육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아이가 영, 유아기에 부모로부터 어떻게 양육을 받고 성장했는지이다. 상당실에서 만났던 많은 이런 유형의 아이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은 바로 아이 주변의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이 지나치게 자녀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즉, 지나친 애정과 지지, 그리고 무엇이든 허용해 주고 자녀의 요구를 대부분 거절 없이 들어주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양육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는 누구로부터 거절을 당하거나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이러한 부분에서 면역력이 부족하다.
부모로부터 지지와 허용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학교에 입학하고 사회화 경험을 하면서 유아기 때와는 다른 성숙한 사회적 관계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아이는 가정 밖의 세상에서는 엄마와 아빠처럼 나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허용해 주며,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정말 충격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아이는 당황하게 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것이다. 아직 사회적 경험지식이 부족한 아이는 또래와의 관계에서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아이들이 많다 보니 비슷한 아이들끼리 충돌하게 되면서 더 큰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지나치게 허용적이고 자녀에 대한 지지와 애정이 지나치게 될 경우, 아이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높아지고 타인과 타협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가정에서는 아이가 굳이 부모와 그러한 타협과 조율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기도 전에 바로바로 제공이 되고, 그러다 보면 내가 굳이 무엇을 원할 필요도 없어진다. 이는 아이를 원하는 것이 없는 무기력한 아이로 성장하게 만든다. 내가 굳이 원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제공되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부모가 나에게 맞춰주고 있기에 가정 안에서는 별로 갈등을 경험할 일도 없고, 굳이 아이가 무엇을 열심히 원할 일도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이 아이는 평생 가정 안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아이는 성장해야 하며, 사회인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결코 내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제공해 주는 그런 부모 같은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허용에 익숙하고 좌절에 취약한 아이는 학교에 입학한 후 여러 좌절경험을 맛보게 된다. 이는 아이에게 매우 불편한 경험이 되고 피하고 싶은 경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학교생활이 힘들게 느껴지고, 나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한 가정만을 추구하게 된다. 아동기에 이루어야 할 과업인 근면성을 획득하고, 자존감을 형성하고 긍정적인 또래관계를 통해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학교 입학 후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때, 이전의 성장과정에서의 양육태도와 자녀의 정서 사회 발달에 대한 점검을 해봐야 한다.
#3. 좌절에 면역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몇 년 전 시골 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10년 넘게 키워 오던 화분들도 '자연 속에서 잘 자라겠지'라고 상상하며 정원 한편에 잘 두었었다. 전원 잡지에서 보던 정원에 예쁘게 놓인 화분들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주택으로 이사 오고 1년이 채 되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키웠던 화분들이 하나, 둘 병이 들어 사라지게 되었다. 주택으로 이사 온 지 이제 7년이 되어가는데, 그때 아파트에서 함께 온 화분 중에는 이제 남은 것은 화분 둘 뿐이다. 왜 그런 걸까? 아파트 베란다에서 곱게 성장하며 때에 따라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던 여러 나무들은 땅에 가까운 정원에서 적응하는데 실패하고 병이 들고 말았다. 이 나무들은 진짜 자연 속에 적응하기에는 취약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면역력이 낮았다. 하지만 이사 후 추운 겨울을 잘 이겨냈던 두 그루의 나무는 7년째 지금도 건강하게 자연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베란다의 식물과 같이 가정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다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여러 크고 작은 어려움들에 잘 대처하고 성장할 수 있기 위해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유아기 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협력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미 그 시기를 놓치고 입학을 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부모는 그때부터라도 아이가 자신의 모든 요구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조율이 필요함을 알려주어야 한다.
첫째,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말은 자녀의 요구를 수용해주지 말고 거부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동안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치게 허용적이었으며, 별로 부모자체가 아이에게 거절이나 '안돼'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면, 부모는 지금보다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녀가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대해서는 부모가 단호하면서도 정중하게 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부모가 아무리 먼저 아이의 욕구를 알아챘더라도 미리 제공하면 안 된다. 부모들이 가끔 '우리 아이가 지금 이게 필요한 것 같은데?', '이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아'라고 지레짐작하고 아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제공해 주는 일들이 있다. 부모는 아이가 먼저 원하는 바를 말하기 전까지 미리 예측하고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를 점점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든다. 아이가 정말 원하는 욕구가 생기면 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과 조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셋째, 아이가 가정 외의 작은 사회경험을 통해 함께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아이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고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먼저 교실보다는 좀 더 작은 규모의 사회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다. 취미활동과 관련된 작은 그룹활동 속에서 소수의 인원과 교류를 하면서 적응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데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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